아침. 아이와의 추억
큰 아이가 성당에서 첫영성체 교리를 받고 있다.
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3주간 매주 월요일 새벽 미사를 참석하는 것이다.
지난 주('11-6-6)는 현충일이기도 해서 외할아버지가 데리고 가셨었는데,
이번 주는 피곤하신지 선뜻 나서지를 않으셔서 그냥 내가 데리고 가기로 했다.
전날 2시가 다 되어 잠들었지만 알람을 맞춰 놓고 일어나 5시 20분에 아이를 깨웠다.
약간 투정은 하지만 선뜻 일어난다. 큰 녀석은 잠이 많은 편이 아니다.
차와 자전거를 놓고 얘기하다가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5시 45분, 집을 나섰다. 가랑비가 살짝 뿌리고 있다.
아이와 함께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자전거를 달렸다. 이 정도 비면 맞는 것도 재미지 뭐.
도착하는 데는 10여 분도 걸리지 않았다.
몇 년만에 참석해 본 새벽미사인지... 10년? 아니 그 이상?
미사에 참석한 사람 중 절반이 아이들과 그들을 따라 온, 또는 데리고 온 어른들이었다.
30분이채 안 걸린 미사가 끝나고 나오니 가랑비가 약간 더 많이 내리고 있다.
자, 달려 보자..
비는 분무기로 뿌리는 것처럼 안경을 적셨지만 역시 집에 오는 데는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슥 돌아 보니 큰 아이 역시 약간 상기된 얼굴로 유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문득 30여년 전 생각이 났다.
성당 복사를 서기 위해 한 달에 서너 번 새벽 미사를 나갈 때 가끔은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탔다.
오늘처럼, 내 체격에는 약간 큰 물려 받은 자전거를 타고,
이만큼의 거리를 달려 새벽 성당으로 향하고 집으로 오곤 했었다.
어느 날인가는 아버지가 미사 사회를 보셨었고 그날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왔었다.
30년 후 아이는 오늘을 간직하고 있을까... 어떤 기억으로...
다음 주에는 사진이라도 찍어 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