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여행 (10)
드디어 마지막 날이 밝았다. 이번 여행도 마지막 날이고 1년여의 미국 생활도 마지막이다.
물론 비행기는 다음 날이지만, 이 날은 공항 가는 게 전부이니 일정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아침에 일어나 짐들을 정리하고 AT&T에 전화를 걸어 휴대전화 해지를 신청했다.
그런데 처음에 전화를 만들 때 내 SSN이 없었기 때문에 전화로 신분을 확인할 수 없어
해지가 안된다고 하였다. 결국 인터넷을 검색해 인근 AT&T store로 가기로 했다.
전화상담원과 얘기할 때는 일이 생각대로 안 되어 스트레스가 제법 쌓였는데, 다행히
AT&T store에서는 문 열기를 기다린 것 말고는 큰 어려움 없이 전화를 해지할 수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마지막 날의 첫 목적지인 Vista Point로 향했다. 7년 전 방문했을 때는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다녔으나 다시 방문해 보니 여기도 와 본 곳이었다.
그때 우리를 안내해 주신 선생님 사모님께서 나름 포인트를 잡아서 안내해 주셨던 것이다.
여전히 오늘도 잔뜩 흐리고 비가 간간이 흩뿌리는 날씨라, 안개 속의 금문교를 바라보고는
Sausalito로 향했다. 집사람이 검색해 놓은 ‘Hamburgers Sausalito’ 라는 곳에서
햄버거와 핫도그 등을 사 와서 바닷가 벤치에 앉아 약간 이른 점심으로 먹었다.
이어 오늘의 메인 일정인 Muir Woods National Monument로 향했다.
오후 2시쯤 도착했는데, 작년에 구입한 국립공원 패스를 여기서 마지막으로 사용했다.
우리는 이 패스로 국립공원 여섯 곳, National Monument 두 곳을 입장했으니 알차게
사용한 셈이다.
이 곳도 거대한 Redwood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산책로였다. 산책로 자체는 1시간 정도면
다 돌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은 곳이었는데, 우리는 둘째가 갑자기 바깥쪽 등산로로
가 보자고 해서 들어서서, 1시간 반 가량 등산을 했다.
사실 나는 Coast View라는 등산로 이름 때문에, 이쪽으로 가면 더 큰 나무와 숲, 그리고
멀리 바다까지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큰 녀석의 툴툴거림도 무릅쓰고 들어갔다.
그런데 날씨가 안 좋아서 그런지 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고 그냥 등산만 했다.
등산로 풍경 자체는 우리나라 산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여기도 큰 나무들의 장관은 Muir Woods 산책로 주변에서만 볼 수 있었다.
어쨌건, 아이들과 오랜만에 등산을 마치고 다시 돌아서 내려와 큰 나무 산책로를 돌았다.
산타크루즈의 공원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나무들은 나에게 다시금 경외심을 가지게 했는데
등산 후 지쳐서 그런지 아이들은 물론, 집사람도 크게 감흥을 느끼지는 못한 듯 했다.
공원을 나와, 금문교를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진 Battery Spencer를 마지막으로 들렀다.
역시 비와 구름으로 그다지 만족스러운 풍경은 못 보았으나 들렀다는 데 의의를 두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 있는 중국집에 들러 짜장면과 짬뽕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로 향했다.
등산 후 지친 아이들에게 오늘도 ‘뽕따’를 사 먹자고 얘기를 하긴 했으나, 이날은 한인마트를
찾거나 들르기도 어렵고, 식사 후 아이들도 쉬고 싶어해 숙소로 바로 왔다.
여행기간 조금 흩트려졌던 짐들을 다시 정리하고, 우리의 여행, 미국생활도 정리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