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 (1)
비엔나에 도착한 첫 날, 저녁식사를 슈테판 광장 옆에 있는 Figlmüller Wollzeile에서 했다.
비엔나 특산인 슈니첼(schnitzel)로 유명한 곳인데, 우리나라 돈가스와 비슷한 음식이다.
다른 점이라면 더 얇고 넓게 만들고, 바삭하지 않고, 간을 별로 하지 않으며, 소스가 없다는 점이다.
솔직히 나는 크게 맛있게 느껴지진 않았고, 우리나라 돈가스 소스가 없음이 아쉬었다.
학회장인 비엔나 국제센터는 우리나라 여의도 같은 도나우 강 내 하중도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신도시 분위기로 정비되어 있었다. 바로 옆에 Melia Vienna라는 건물이 있는데 호텔 등 다용도 건물이다.
여기 57층 스카이라운지를 점심시간에 한번 방문했는데, 궂은 날씨라 아쉬웠으나 날이 좋으면 전망이 좋을 듯 했고,
비엔나의 비싼 물가를 고려할 때 호텔 스카이라운지치고는 그렇게 무리한 가격이 아니어서 괜찮았다.
둘째 날은 학회와 더불어 저녁에 내가 사회를 보는 행사가 있어 일과 공부로 하루를 보내었는데, 행사가 파한 후
마침 김 선생님 생신이기도 해서 수고한 친구들과 함께 슈테판 광장의 어느 노천 카페로 가서 맥주를 한 잔 했다.
셋째 날은 학회장에서 좀 일찍 나와서 비엔나 시내 도보 답사를 했다. 최 선생님의 가이드북에서 추천하는 코스로
일종의 미션을 완수해 가는 형식이었다. 늦게 시작한데다 비가 오락가락해 마음이 급했으나, 2시간여의 짧은 시간에
꽤 많은 곳을 '찍을' 수 있었다. 대략적으로 오페라하우스 - 슈테판성당 - 삼위일체기둥 - 호프부르크왕궁 -
빈 미술사 박물관 - 오스트리아 의회의사당 - 빈 대학교 - 인형시계 - 그리헨바이슬(Griechenbeisl) 순서였다.
<바빴던 도보 답사 코스>
<비엔나 오페라하우스>
<번화가인 Kärntner Str., Stephen 성당 내부, 삼위일체기둥(Wiener Pestsäule)>
<호프부르그(Hofburg) 왕궁>
<왕궁정원에 있는 모차르트 동상>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도시 이곳저곳에 흩어진 과거와 현대의 비엔나 대학. 메인 건물과 법대 도서관>
<대학교 구내 주요 학자의 동상: 카포시, 프로이트, 도플러>
<별로 볼 건 없었던 인형시계와 수백 년 역사로 유명한 식당인 그리헨바이슬>
솔직히 다니기는 많이 다녔는데, 유명 학자 동상을 찾아 보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 들어간 빈 대학을 빼고는
(그런데 이거 중요하다.. 화장실이 유료인 유럽에서 대학 구내는 거의 다 무료로 화장실을 쓸 수 있다.), 거의
건축물 공부하듯 외부 모양만 보고 다녀, 제대로 봤다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시간 문제로 어쩔 수 없었지만.
비엔나 거리를 다니면서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신호등이었다. 보통 신호등에 빨간불, 파란불에 맞추어
사람이 서 있거나 가는 모양을 넣어 놓는 것은 어디나 비슷한데, 이곳은 그 사람의 모양이 신호등마다 달랐다.
어떤 곳은 남자나 여자 싱글이고 또 다른 곳은 남자와 여자 같이 있었다. 이것까진 그런가 보다 싶었는데, 더 다니다 보니
남자와 남자, 여자와 여자, 어른과 아이, 심지어는 자전거를 가진 사람 모양까지 다양했다. 이게 비엔나의 예술성일까,
아니면 인간에 대한 포용성이나 공평함일까?
<기본형 중 하나인 남성과 여성의 빨간 불, 남성과 남성이 등장하는 파란 불>
답사를 마친 후, 최 선생님은 예약해 놓은 오페라를 보러 가고 나는 Gmoa Keller에서 민 교수님과 만나 저녁을 먹었다.
다음 날은 학회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전공의들이 자리를 검색하여 Hinterholz라는 식당에서 rib을 먹고(이것 괜찮았다..)
비엔나에서 가장 오래된(since 1683) 맥주집이라는 Gösser Bierklinik으로 자리를 옮겨 맥주를 마셨다.
<Hinterholz 식당. 슈니첼보다는 여기 갈비와 고기 등이 훨씬 나았다>
<Gusser 맥주집. 뒤에 보이는 곳이 슈테판 성당>
비엔나를 떠나는 마지막 날, 비행기가 저녁 때 있기 때문에 한 나절은 비엔나를 돌아 보기로 했다. 날씨가 여전히
흐릿하기는 했지만 간간이 해도 나고 해서, 비엔나 체류 기간 중 가장 좋은 날씨였다. 시간이 짧아
쇤부른(Schönbrunn) 궁전 한 곳이냐, 시내와 벨데브레(Belvedere) 궁전이냐, 둘 가운데 후자를 택했다.
아침에 김 선생님 호텔에 들러 짐을 부탁하고, 시립공원인 슈타트파크(Stadtpark)로 갔다. 여기는 유명한 공연장인
쿠어살롱(Kursalon)이 있고 요한 슈트라우스의 동상이 있다. 이어 빈 콘체르트하우스를 거쳐
카를성당(Karlskirche)으로 갔다. 밖에 있는 두 개의 원기둥이 로마의 트라야누스 원기둥처럼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여기 성 Carlo Borromeo (가롤로)의 삶을 그린 것이라 한다. 학회장에서 비엔나 상징 이미지로 나왔던 것을 보면
최소한 지역민에게는 나름 랜드마크 건축물인가 보다 싶어 주변을 둘러보고 안에도 들어갔는데, 입장료가 꽤 비싸서
왜 그런가 했더니 성당 내부에 엘리베이터로 돔탑 안까지 올라가 볼 수 있게 되어 있어 그런 듯 했다.
<쿠어살롱. 왈츠 공연장으로 유명>
<빈 콘체르트 하우스>
<카를 성당>
<카를성당 내부 제단과 성당 내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올라가서 바라본 시내>
이어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벨데브레로 갔다. 검색해 보니 하궁이라는 말이 나와서 여름궁전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고
정원을 중심으로 윗쪽과 아랫쪽 건물이 나뉘어 있어 각각을 상궁, 하궁이라 부르고 있었다. 역사적 이유가 있겠지만
궁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이 매우 두터운 것이(단순한 벽이 아니고 내부에 공간이 있는 구조였다)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하궁 쪽으로 들어가 정원을 가로질러 상궁에서 입장권을 사서 들어간 뒤 다시 하궁으로 내려오는 경로를 지났다.
<상궁 쪽에서 본 정원. 저 멀리 있는 게 하궁>
벨데브레 궁전은 다 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는데, 결국 클림트(Gustav Klimt)가 먹여 살리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우리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품들을 둘러본 뒤 클림트의 작품에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클림트의 그림들>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나와서 하궁 바로 앞에 있는 Salm Braeu라는 식당을 들러 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인터넷의 평이 좋은 곳이었는데,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고, 아주 좋지는 않아도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쳤다.
이어 빈 분리파 전시장(Secession)이라는 곳에 들렀는데, 여기도 클림트의 3면 벽화가 메인 아이템이었다.
<가운데 벽에 있는 그림: 의미에 대해서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마지막 벽에 있는 그림. 베토벤의 합창을 모티브로 사랑으로 결말을 맺는 스토리다>
마지막으로 오페라하우스 인근으로 가서 비엔나의 유명한 까페 중 하나인 자허(Sacher)를 들렀다. 이곳은 커피와 케잌이
유명하다는데,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어서 원래 까페는 못 들어가고 같은 건물의 옆집에 가서 커피와 케잌을 맛 보았다.
그게 그거겠지 뭐..
특별히 관광을 할 의도로 간 도시가 아니어서 별 사전준비도 없었고, 비엔나에서 가장 중요한 관광거리라고 하는
클래식 공연도 하나 보지 않았으니 내가 이 도시를 제대로 본 게 맞나 싶다. 하지만, 내가 다녔던 도시 중에
그렇게 제대로 본 도시가 있기는 한가. 이렇게 한 곳씩, 들러 보았다고 점만 찍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