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감각의 기억
PJaycee
2019. 9. 7. 11:55
가끔은 작은 감각이 큰 기억을 덩어리째 소환한다.
아침, 동네 목욕탕에 가서 탕 속에 앉았는데 누가 입구 문을 열어 찬 바람이 휙 몰아쳤다.
뜨거운 물 속에 담긴 몸과 그렇지 않은 몸 사이에 느껴지는 온도 차에 의한 서늘한 기운.
중 2나 3쯤 된 어느 날, 형과 함께 동네 목욕탕에 갔을 때 느꼈던 동일한 감각,
군 훈련에 입대하여 처음 탕 입욕이 허용된 3주차째의 어느 저녁,
몇 년 전, 게르마늄 온천이라며 유명한 정선 어느 온천 야외 탕에 들어간 느낌.
문득, 목욕탕 옷장 번호 152번이 군 훈련 받을 때 내 훈련생 번호였던 것도 우연찮다.
40대라는 나이가 그런 것 같다.
소환할 기억은 충분히 많아졌고, 그 기억을 소환할 시스템은 아직 건재하다.
나이를 더 먹어도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