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비몽사몽 속에 지나간 파리 근교 자동차 투어 후, 다음 하루의 오롯한 일정은 투어 상품이었다.
설명이 있는 문화 기행을 concept으로 하는 유로자전거나라투어를 방문 도시마다 신청한 셈이다.
미국의 경우는 영어도 통하고 자동차 문화가 있으니 별 무리가 없지만, 유럽은 아무 배경 없이
무작정 돌아다니기에는 효율성이 좀 떨어지므로 이번 "첫" 유럽방문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어느 정도라도 알지 않고서는 여행의 의미를 살릴 수 없는 유럽에서는
가이드 투어가 불가피하기도 했다.
출발 집결지는 지하철 4호선 생 미셸역 3번 출구의 분수대였다.
이번 가이드는 여행 중 만난 가장 젊은 가이드였다. 얼핏 봐도 서른이 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또한 그 나이에 맞는 에너지로, 하루 내내 넘치는 혈기를 설명으로 내놓았다.
첫 방문지는 노트르담 성당이었다. 가는 길에 세익스피어 서점이라는 곳을 들렀는데,
영화 'Before Sunset', 'Midnight in Paris' 등에 나왔다고 하는데, 나는 그 영화를 안 봐서 뭐...
<세익스피어 서점>
노트르담 성당은 고딕 양식의 교과서이고, 영화, 만화, 뮤지컬로 나온 "노틀담의 꼽추"로 유명하다.
스테인드 글라스도 유명한데, 나는 건물 바깥으로 줄지어 뻗은 동물모양 돌출상들이 인상적이었다.
디즈니 만화에서 본 것이었는데 실제로도 똑같은 모양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용도가 궁금했는데
가이드는 그것이 빗물 배수구라고 설명하였다.
<건물 바깥으로 줄지어 뛸 듯이 튀어 나온 동물 모양 돌출상>
마침 성당 주변에서는 드라마가 촬영 중이었는데, 관광가이드를 소재로 하여 2017년 상반기 방영 예정이란다.
우리 투어를 진행하던 여행사가 협찬사였는데, 아마 유럽 풍광을 볼거리로 한 멜로 드라마일 것이다.
노트르담성당 앞 광장에는 밟으면 다시 파리에 돌아오게 된다는 포앵제로(Point Zero)가 있다.
이어 투어는 루이 9세가 왕실 전용 성당으로 지었다는 생트 샤펠(Saint Chapelle), 그리고 그와 맞닿은
파리 최고재판소(La Palais de Justice)로 이어졌다.
<왼쪽 첨탑이 생트 샤펠, 정면의 건물이 최고재판소>
이어 루브르 박물관으로 갔다. 두 시간짜리 투어라서 주마간산이기는 했다.
<안에서 본 유리 피라미드>
루브르 박물관 관람 후 인근의 일식집에서 뜨끈한 우동으로 점심을 먹고(궂은 날씨에 이만한 음식도 없다)
시청 앞 광장으로 갔다. 가이드가 2차대전 때의 파리함락 같은 이야기를 한 후, 여기가 유명한 사진
The Kiss at City Hall 의 배경이라면서 사진같이 kiss를 해보라고 부추겼다.
<파리 시청을 배경으로 한 유명한 사진. 우리는 날씨가 우중충하기 그지 없었다>
이어 바스티유 광장(Blace de la Bastille)과 마레(Le Marais) 지구의 보쥬광장(Place des Vosges)을 방문하였다.
보쥬광장은 아주 평화로운 공원 같았는데, 마침 반짝 파란 하늘이 보여 더 마음이 평화로웠다.
아이들은 놀이터처럼 뛰어 놀고, 우리는 같이 커피 한 잔을 사와서 마셨다.
<바스티유 광장의 기념탑>
<마레 지구 보쥬 광장>
오후 6시를 넘어 도착한 곳은 오벨리스크로 유명한 콩코드 광장이었다.
나는 오벨리스크보다도 파리라는 이국 도시의 한가운데서 석양이 만드는 하늘 빛깔에 더 관심이 갔다.
마지막으로, 버스를 타고 샹젤리제 거리(Avenue des Champs-Elysees)를 지나 개선문에 도착하였다.
투어는 여기서 끝이었는데, 지쳐 쓰러져가는 듯 하던 아이들 중 큰 녀석이 갑자기 개선문에 올라가 보고 싶다며
의욕을 비쳤다. 저녁 유람선을 탈 계획이 있어 마음이 살짝 조급했지만, 시간이 되겠다 싶어 그러자고 했다.
(사실 난 개선문 안에 엘레베이터가 있는 줄 알고 그러자고 한 것이었는데...)
여하간 집사람은 숙소에 들러 옷 등 몇가지를 챙겨오고, 난 아이들과 개선문을 올라갔다가 인근 맥도날드에서
저녁거리를 사기로 했다. 계단을 오르고 올라 도착한 곳은 개선문 광장 로터리의 교통 혼잡을 조망하기에
딱 좋은 위치였다. 멀리 에펠탑도 잘 보이고..
개선문을 내려와 햄버거와 마카롱을 사들고 유람선을 타러 갔다. 시간에 딱 맞게 도착하여 출발 배에 올랐다.
햄버거를 먹고, 세느 강을 따라 위아래로 내려오는 코스는 작년과 같았고, 다른 것이라고는 비가 내리고
더 추운 날씨 하나였다. 그러나 가족들이 있어 훨씬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유람선을 끝으로, 숙소로 천천히 걸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