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나의 크리스마스–신년 recess 시즌을 맞아 플로리다 여행을 기획하였다.
11월 말부터 시작된 추운 날씨에 ‘피한’ 여행도 할 겸, 또 그간 자연 위주의 여행과 달리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올랜도의 디즈니 등 놀이공원을 들르고자 했다.
마침 주말까지 합쳐 12일의 휴일이 만들어졌기에 12박 13일의 일정을 짰다.
처음에는 비행기를 타고 가는 일정을 짰으나, 출발 한 달쯤 전에 알아보니 이미 좋은 일정은
항공권 값이 500달러가 넘고 (넷이면 2천 달러가 넘는다), 한번쯤은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해보고 싶었던 터라 오고 가는 4일을 투자해 자동차로 가기로 했다.
구글 맵으로 보면 Orlando는 우리 동네에서 1865 km이고, 집사람이 가보고 싶어한
Key West까지를 목적지로 잡으면 이 거리만 2500 km가 되었다.
중간에 쉬러 들어가고 나온 것에다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에 다녀온 것까지 해서,
집에 돌아와 최종적으로 체크한 여행기간의 자동차 이동 거리는 5200 km 남짓이었다.
첫날, 연휴 전 금요일이라 나도 조퇴하고 아이들도 조퇴시켜서 1시 반쯤 출발했다.
코네티컷에서 플로리다로 1박 2일 자동차 여행을 할 때 중간 휴식지로는 버지니아의
Richmond가 적당한 것 같았다. 작년에 다녀온 산부인과 선생님도 그랬다고 하고.
거기까지 못 가면 다음날 이동이 부담스럽고, 더 가면 그만큼 큰 도시가 잘 없다.
큰 도시에서 묵어야 할 절실한 이유는 없지만 도로변 외딴 모텔에서 자고 싶지는 않았다.
첫날 저녁 8시쯤 버지니아 Annandale에 도착해, 지난 6월 워싱턴 여행 때의 중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간 미국생활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아니면 그새 주방장이 바뀌었는지
그때만큼 짜장면과 짬뽕이 감동스럽지는 않았다. 아니, 솔직히 짬뽕은 좀 맛이 없었다.
식사 후 인근 H-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약 100 마일을 더 이동해 Richmond에 도착했다.
Richmond 관광을 할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건 Virginia 주의 주 수도이고 세계적인 담배 회사인
Philip Morris 의 본사 및 주요 시설이 있는 곳이다. 마침 우리 숙소 주변에 이 회사가 있었다.
숙소는 가기 전 예약해 두었는데, 이 곳이 이번 여행 중 제일 좋은 숙소였다. 제일 쌌는데도..
둘째 날은 아침 9시 반에 출발해서 올랜도까지 1200 km를 바로 내려갔다. 리치몬드까지는
날씨가 비슷했다. 물론 조금 더 따뜻해지기는 했지만. South Cariolina까지는 식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Georgia 남부 정도까지 가자 확실히 기후와 식생이 달라졌음이 느껴졌다.
그러나 역시 본격적인 변화는 플로리다부터였는데, 아마 위도에 더해 해류의 영향인 듯 했다.
<Daytona Beach 근처에서 찍은 길가 Cypress 나무 숲>
리치몬드에서 올랜도까지 한 10시간 정도를 예상했었는데, 연휴라서 그런지 Georgia까지
교통정체가 심해서 플로리다에서는 계속 80 mph로 달렸는데도 13시간이 걸렸다. 미국도
도시 아닌 곳에서 막히는 곳이 있다는 걸 오랜만에 실감하며, 밤 11시 반이 넘어서야 도착했다.
<제한속도 70 mph 도로라도 정체가 생기면 마찬가지..>
디즈니월드 네 곳을 돌고난 뒤, 7일째 Lego Land로 갔다. 사실, 계획 시에는 Lego Land가
올랜도의 남서쪽에 있기 때문에 다음 기착지인 Homestead와 조금이라도(약 45분) 가깝다는
생각을 했었으나 나중에 보니 별 이득은 아니었다. 올랜도에서 홈스테드로 바로 가면
새 도로를 타게 되는데, 이 길이 16 달러 가량의 통행료는 있지만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Lego Land에서 출발하니 옛 도로로 내비게이션이 안내했는데 이 길은 제한속도도 낮고
중간중간 신호등과 들고 나는 차량으로 인해 속도가 나지 않아 시간을 좀 손해 보았다.
어쨌건 Lego Land에서 8시에 출발해 홈스테드에 11시 반쯤 도착했다.
Key West, Everglades 등을 여행하고 둘째 날 오후 5시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을
출발했다. 마이애미 인근에서 유일한 한식당이라는(정말인지는 모르겠다) 곳에 6시쯤 도착해
저녁을 먹었다 (290S State Road 7, Hollywood, FL). 식사 후 옆 한인 마트에서 장도 보고
7시가 조금 넘어 출발했는데 통행료 내는 새 고속도로로 달려 10시 경 올랜도에 도착했다.
올랜도에서 Sea World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들르고, 그 다음 날 아침 출발했다. 준비를
서둘렀지만 식사 후 설거지, 짐 정리 등에 시간이 걸려 10시가 넘어서야 호텔을 나섰고,
한인마트 한 곳에서 컵라면을 사고 나니 결국 11시가 넘어서 고속도로를 탈 수 있었다.
<마트 앞에서 찍은 내비게이션. Key west에서 찍었으면 남은거리 1500 mi..>
그러나 갈 때와 달리 돌아오는 길은 차량 정체가 전혀 없었고, 중간에 Citrus Center
(중간중간 도로변 주유소 같은 곳에서 플로리다 오렌지를 파는 곳이다)라는 곳에 들러서
오렌지 한 봉지를 사는 등의 여유를 부렸음에도 밤 11시 경 Richmond에 도착했다.
한 시간여 뒤, 새해를 호텔 방에서 CNN 방송을 보며 맞았다.
<2014년 1월 1일 아침 Richmond 호텔에서 바라보는 동녘 하늘>
여행 마지막 날, 새해의 첫 날, 오전 9시 반 리치몬드를 출발했다. 역시 도로는 순조로웠고
중간에 시리얼과 우유, 컵라면 등의 간식으로 버티며 뉴저지 Ridgefield에 도착해 2시 50분에
점심을 먹었다. 처음 가고자 했던 곳이 문을 닫아서 (아마 휴일이라서?) 보이는 곳 중 그냥 골라서
들어갔는데 뽑기를 잘 했는지, 순대국, 해장국, 설렁탕 등의 메뉴가 꽤 괜찮았다.
(108 Broad Ave. Palisades Park, NJ). 런치 메뉴 데드타임이 오후 3시였는데 딱 맞춰서 먹었다.
H-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집에 들어오니 저녁 6시 20분이었다. 이때부터 날씨가 추워지더니
다음날부터 이틀에 걸쳐 snow storm이 들이닥쳤다. (아이들은 early dismissal..)
3250 마일의 자동차 여행을 12일에 걸쳐 했는데 (사실 이동에 들어간 시간은 4-5일 정도)
아이들을 데리고 그렇게 무리한 일정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오고 가는 길에 아이들이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아이패드에 가득 채워간 영화와 만화로, 크게 지루해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공원과 집사람을 위한 국립공원 일정을 어쨌건 섞었으니
가족들 모두 즐거웠고...
자동차 여행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있었다. 내려가는 길 어디선가 돌멩이가 날아왔는지
앞 Windshield 유리창이 깨지고 금이 가서 여행기간 내내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고
(이게 처음에는 금이 약간 가더니 점점 진행해서 테이프를 사다가 붙였지만 계속 진행했다)
가기 직전 엔진오일을 급하게 교환하고 가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다.
(차 계기판의 Oil Life가 출발 전 15%가 되어서 교환했는데, 다녀오니 다시 60%가 되었다)
그렇지만 가고 오는 길에, 특히 돌아오는 길에 심한 눈비 없이 날씨가 좋고
큰 사고가 없었던 것은 정말 감사할 일이다.
내 인생에 이런 자동차 여행을 내가 운전하며 다시 할 기회는 아마 없지 않을까?
더군다나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하는 기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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