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가 있어 경주를 찾았다.
기억하기로는 큰 아이가 돌도 채 되기 전인 13년 전 경주 방문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그 사이 경주는 정비도 많이 되었고, 환승할인이 되는 교통 시스템도 갖추고 있었다.
학회 측에서 마련해 준 숙소는 현대 호텔이었는데, 고맙게도 호텔 측에서
보문호가 내려다 보이는 측 12층, 꼭대기 층에 방을 배정해 주어 전망이 괜찮았다.
마침 비가 오려는 듯 꾸물거리는 하늘의 구름까지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아침에 학회장까지 가는 셔틀 대신 보문호 옆을 걸어가는 길을 택했다.
자전거를 타는 중년, 노년의 사람들도 많아 여유로운 기분이었다.
아주 아름다운 길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깔끔하게 꾸며 놓은 기분 좋은 산책길이었다.
오후에 시간이 조금 남아서 뭘 할까 하다가 날씨도 안 좋다고 예보가 있고 해서 경주국립박물관으로 갔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에밀레 종이 보였다.
문득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25년 전 고등학교 수학여행을 왔을 때 이 종 앞에서 찍은 단체사진.
그 시절 생각이 나며 약간 마음이 뭉클하여 종을 배경으로 셀카를 한 장 찍었는데,
너무 나이 들어 보이는 내 모습에 그냥 archive로 쳐박았다.
나이를 먹고 다시 보는 신라 미술품과 유물은 그 느낌이 또 색달랐다.
한편에서는 1500년 전 고대에 저런 것들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감탄이 연발되기도 하였다.
금관이나 금대 등 세공품에서는 움직일 때마다 반짝거림을 연출하기 위해 장인들이 공 들인 부분들이
새삼스럽게 눈에 띄었다.
또 한편으로는 간다라 미술, 특히 석굴암의 부조 보살상 느낌이 이렇게 관능적이었던가 싶었다.
버스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비는 약간씩 흩뿌리다 말다 하고 있었는데,
주변 여러 곳에 꾸며 놓은 유채밭의 색감이 화려했다.
경주.
가끔 한번씩은 들러볼만한 여유롭고 평화로운 古都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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