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여간 집을 구해 다녔다. 주인이 들어온다고 전세집을 비워줘야 하여 매매든 전세든 찾았다.
아직 만기까지는 3개월 남짓 남아있기는 한데, 이런 일에 관해서는 불안감이 많은 집사람이라
혹여나 닥쳤을 때 정말 갈 곳이 없거나 전세금이 폭등해 있지 않을까 싶어 일찍부터 알아보고 다녔고
그 결과 '급급' 이런 표현이 붙은 전세집과 연이 닿아 계약을 하게 되었다.
마침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주인도 부모네서 다시 나오는 것이라 전세금 빼 주는 데 여유가 있었다.
어차피 보통사람이니 그렇겠지만, 지난 15년 간 집값에 관해서는 "I have been not above reality"였다.
결혼 후 15년간 나의 naive한 생각은 언제나 빗나갔다. 집값이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집값이 지금의 60-70% 수준이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계속 그렇게,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이지만.
작은 위안이라면, 크게 빚 안지고 내 수준에 맞추어 살아 왔다는 억지춘향격의 자부심?
그러나 또 한편, 경제활동을 해온 지난 20여년 간 부동산이나 주식을 통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수준이 될
가능성과 기회가 여러 번 있었음에도 한번도 제대로 이들을 못 살렸던 것이, 시쳇말로 '잃어버린 20년'의
아린 느낌이어서 요새 여러가지 다른 인생에 대한 회의와 함께 스스로를 skeptical 하게 만든다.
올 한해도 지난 상반기동안 집값이 솟아 오르고 있고 또 하반기도 그러리라는 전망이 우세하기는 하지만,
현재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넘고 큰빚 내기는 싫다는 핑계로 또 나중에 허탈해 할 기억을
지속해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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