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It doesn't make sense"를 우리말에서 흔히 "말이 안 돼" 혹은 "말도 안 돼"라 표현한다.
비합리적이라는 표현인데, 이성적이라는 서양문화권에서 감각을 의미하는 'sense'로,
직관을 중시한다는 동양문화권에서 '말(logos)'로 표현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영어의 sense는 감각, 느낌을 의미하는 말이다.
의미가 확대되어 감각에 대한 인지적 능력이라는 뜻으로 유머 센스, 리듬 센스라고도 쓰이는데
약간은 한걸음 건너뛴 듯하게 "제정신"이나 "양식"이란 의미로도 쓰인다.
그러나 어원을 따져보면 이러한 사용은 당연한데, 라틴어의 sensus는
"지각(perception), 느낌(feeling), 앎(knowing), 의미(meaning)" 등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아마 외부에 대한 인간의 모든 인지적 대응이 sensus라는 단어에 녹아 들지 않았나 싶다.
비슷하게, 중세 프랑스어에서도 sens는 오감(중 하나), 의미, 위트, 이해 등의 의미로 쓰였다 한다.
한국어에서 "말도 안돼"는, 생각해 보면 '말'에 대단히 높은 가치를 준 것이다.
말은 발화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상식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니까.
"말'도' 안 돼"라고 하는 것은, 말이 요구하는 가장 낮은 수준의 조건이 합리성이라는 뜻이다.
일본어와 중국어는 잘 모르지만, 구글 번역기를 돌려 나오는 "それは意味がありません" 또는
"它沒有任何意義"는 '의미'나 '의의'라는 단어가 들어있으니 우리말과는 다른 직접적 표현이다.
우리 문화에서 언제부터 이렇게 높은 합리성을 말의 속성으로 부여했을까 싶은데...,
사실은 대단한 철학적 기원이 있는 건 아니고 語不成說이라는 사자성어가 기원인 듯하다.
"말이 안돼"에서의 '말'은 '논리적 흐름이 되는 말'이라는 뜻의 '說'이고
"말도 안돼"에서의 '말은 說'을 이루는 재료가 되는 말인 '語'인 것이다.
어원을 깊이 생각해 보고 나니 출발과는 다르게 조금은 허탈한 결말이기는 하지만,
'말'에 대한 무게를 깊이 느끼고 말을 신중히 합리적으로 해야겠다는 상투적 결론으로
그냥 마무리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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