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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버스에서 접한 맞벌이 부부의 고난

by PJaycee 2014. 7. 24.

모임이 있어 종로에서 식사를 마치고 10시가 좀 넘은 시간 143번 버스를 탔다.

제일 뒷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몇 정거장 뒤 약간 취기가 있는 듯한 30대 여성이

내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앉고 얼마 되지 않아 전화가 걸려 와 통화를 하는데 취기 때문인지 감정 때문인지 목소리가 커져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나는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듣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으나 주목되는 큰 목소리로 인하여 한참 얘기를 듣고 있다 보니

육아 문제로 인한 남편, 시어머니와의 갈등이었다.

 

아마 남편도 퇴근이 늦고 본인도 퇴근이 늦은 회사원인 듯한데(을지로에서 탔으니..)

아이는 시어머니가 낮에 봐 주는 상황에서 전날 즈음 아마도 일이 늦어 아이를 데리러 못 갔나 보다.

어쩌면 전날 한번이 아니라 몇 번 그랬는 지도 모를 일이고. 그런데 그날 낮에 팀장과 같이 회의 같은

것을 하고 있을 때 시어머니가 전화를 걸어 소리지르며 야단을 쳤나 보다.

(어쩌면 찾아 온 것일 수도 있겠다.. 가능성은 낮지만)

 

이 여성의 취기 어린 목소리는, "당신은 왜 맨날 늦게 오고 나는 왜 일 때문에 늦으면 안 되는데?",

"어떻게 팀장님도 있는데 그러실 수가 있어?", "몰라, 나 오늘 집에 안 갈 거야 (아이 데리러? 아니면 자기 집?)"

등등의 말을 거쳐 내릴 즈음엔(나와 같은 곳에서 내렸다), 짜증과 울음 섞인 목소리로

"그러니까, 우리 입주 들이자고.." 라며 소리치는 것까지 이어졌다.

 

물론, 내가 그 집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어쨌건 일하는 부부의 육아 문제와 그에 얽힌 시어머니-친정어머니와의

갈등 스토리일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에 대해 다룬 여러 작품과 컬럼들도 인상 깊게 보았다.

(예컨대, 김태호 작가의 미생에서도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고, 바로 오늘 어느 인터넷신문 컬럼에서도

"황혼육아 어머니들에게도 등급이 있다구? - 4시 반에 퇴근하는 교사 며느리(딸)가 1급, 6시에 퇴근하는

공무원이 2급, 7-8시에 퇴근하는 일반 직장인이 3급, 9-10시에 퇴근하는 대기업 직장인이 4급.."

이런 스토리가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나 우리 가정에는 이런 문제가 별로 해당되지는 않지만,

특히 일하는 여성이 많은 나의 직장 환경을 볼 때 이런 문제가 정말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문화적이든 제도적이든 꼭 해결해야 될 문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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